보들레르, 랭보와 함께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를 대표하는 말라르메의 시집은 시론과 언어미학이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들레르의 영향 아래 시작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존재와 언어의 순수성에 대한 고행에 가까운 집념으로 암시적이고 음악적인 순수부정의 시법을 구상하여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말라르메.
　
현실 세계의 우연성과 존재의 부조리에 대항하여 필연적인 질서를 지닌 언어세계를 구축하려 했던 그의 노력은 "단 한 권 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우주의 진리 그 자체인 책"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진다. 시집은 그 오랜 노력의 흔적이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지향하는 시집은 내용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말과 무의식, 수학적 계산과 자발성, 논리와 암시, 우연과 필연의 관계를 성찰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집은 원문과 함께 황현산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으며, 아들에게 보내는 네 통의 편지 형식을 띈 역자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일반 독자들이 프랑스 시의 역사에서 가장 난해하고 형식적으로 가장 완벽한 시를 쓴 것으로 평가되는 말라르메를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